[특집] 국내 첫 세계유산 영향평가로 제2금강교 건립 통과
  • 작성일
    2022-08-30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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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2
  • [특집] 국내 첫 세계유산 영향평가로 제2금강교 건립 통과

    “문화유산 가치 지키며 개발 가능한 상생안 마련”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노력 개가

    역사 유산 전문기관 실력 발휘

    가치보존 vs 건설효과 조화유도

    전국 세계유산도시들 '청신호'


    ▲ 공주 정지산 유적에서 공산성과 금강교를 바라봤다. 금강교와 나란히 제2금강교를 가상 설치한 모습으로 공산성 경관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충남 공주는 지난 10일 이후 ‘제2금강교 건립 통과’ 축하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지금도 경축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제2금강교 건립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시장은 물론 대통령, 도지사가 지역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공주시민의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건립 통과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공주에 있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금강일보는 제2금강교의 문화재위원회 ‘조건부 가결’을 단독 보도한 데 이어 숨은 주역이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임을 연속 보도했다. <8월 12일자 5면, 8월 24일자 1면 보도>

    이번 건립 통과는 공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제2금강교 건립이라는 상충할 수 있는 두 사안의 중재안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공주 이외 전국의 많은 세계유산도시에게 큰 시사점을 주는 성과이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유산영향평가(HIA: Heritage Impact Assessment)’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제2금강교 건립 허가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김회정 책임연구원과 손오달 선임연구원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제2금강교 ‘조건부 가결’의 가장 큰 의의는?

    “세계유산의 가치를 지키면서 개발사업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보존 주체인 문화재청과 개발 주체인 공주시의 중재 역할을 맡아 일종의 상생안을 마련했다.

    세계유산이 지역의 자랑임은 확실하지만 최소한의 개발 행위까지 막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유산영향평가라는 합리적 평가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 유산영향평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유산영향평가는 다른 평가제도와 마찬가지로 아직 실천되지 않은 사업의 영향을 사전에 평가한다. 하지만 유산영향평가는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유산’에 대한 영향을 평가한다는 점에 특수성이 있다. 개발사업이 유산의 본질적 가치, 즉 세계유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사회영향평가, 예비타당성조사 등은 비용 대비 편익의 관점에 기초하여 들어가는 비용보다 발생하는 편익이 크다면 그 사업이 타당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유산영향평가는 유산적 가치를 해친다면, 사업 편익이 아무리 크더라도 용인될 수 없다는 대원칙이 있다.”

    - 제2금강교 유산영향평가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

    “신교량은 처음 왕복4차선의 트러스교로 계획됐으나 2018년 말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건립이 부결됐다. 재심의 준비 중 국토연구원이 중도하차하고, 문화유산 관리 전문성을 지닌 우리 연구원이 투입됐다. 국내에는 유산영향평가 방법론과 노하우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험이 풍부한 독일 연구팀과 화상회의를 거듭하며 연구의 폭을 넓혀갔다. 2020년 2월 독일, 몬테네그로 등 현지 답사도 다녀왔다. 그 결과 왕복2차선에 트러스를 없애는 교량 구조로 그해 6월 첫 ‘조건부 가결’을 받았다. 그러나 국토관리청 협의 과정에 강화된 홍수 관리수위 때문에 신교량이 기존 금강교보다 높게 설계 변경을 해야 했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몬테네그로 코토르의 경우, 사진 속 좌·우 두 지점을 잇는 교량 건설사업이 2010년 유산영향평가 결과 심각한 경관 훼손으로 판단돼 건설계획이 무산됐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 이번 문화재위원회 심의 주요 쟁점은?

    “기존 설계안보다 높아지는 신교량이 공산성에 미치는 영향평가였다. 홍수 수위와 공산성 경관을 고려하며 적정한 높이를 찾아가는 작업을 진행했다. 최종적으로는 0.8~1.2m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한 교량 디자인을 단순화하여 시각적 거슬림을 최소화했다.

    다음으로 관람행태를 참조해 선정한 조망점 6곳을 정해 신교량의 시각적 영향 평가를 했다. 1932년 건설된 금강철교가 이미 공산성의 원형 경관을 일정 부분 훼손한 상태였다. 새로 추가되는 제2금강교가 경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신교량 건설이 공주의 원도심과 신도심을 소통시켜 얻는 사회경제적 효과가 지대함을 강조했다.”

    - 유산영향평가는 왜 필요한가?

    “경주의 동궁·월지 복원사업은 세계유산센터의 유산협약 운영지침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몇 해전 사업이 중단됐다. 우리나라 세계유산은 총 15건이지만 전국적으로 150여 지점이 포함돼 있다. 각 지점마다 개발사업이 진행되려면 유산영향평가가 필요하다. 독일 드레스덴은 그 영향평가를 어기고 교량 건설을 강행하는 바람에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포시 아파트가 세계유산 장릉의 경관을 해쳐 크게 문제가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 연구원은 국내 처음으로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실시해 성공적으로 유산 가치를 지키며 교량 건설을 가능케 했다. 그동안 개발사업과 문화유산 보존이 상호 갈등하는 모습만 보여 왔지만, 충분한 고민을 통해 합의를 이끌면 지역사회에 도움 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지난 5월 문화재위원들이 김회정 책임연구원(맨왼쪽) 및 공주시 관계자와함께 공산성에 올라 유산영향평가를 자문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어떤 기관?]

    역사·유산 연구에 박물관 갖춰

    문화재 지정 승격 결정적 도움

    충남도에 유산관리시스템 제안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충남의 역사 연구, 문화재 발굴·연구·관리와 충남역사박물관을 운영하는 도 출연기관이다. 이처럼 역사·문화유산 연구에 전시 역할까지 갖춘 기관은 국내에서 유일해, 전국적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제2금강교 유산영향평가는 연구원 문화재관리부가 수행했다.

    문화재관리부는 문화유산 조사 및 복원·고증 연구 등 보존·정비·활용 분야에 있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자체들의 문화유산 관심이 점점 높아가는 상황에서 대행 및 수탁사업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

    충남도는 연구원이 제안한 문화재 통합관리체계 시스템을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구축 중이다. 현재 건축문화재 정밀 실측과 원형 기록화 사업을 통한 결과물을 시스템에 입력하고 있다.

    노윤석 문화재관리부장은 “우리 연구원은 충남도 지정 문화재를 국가 지정 문화재로 승격시키는 데 중요한 학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며 “실제로 서산 명종대왕 태실이 보물로, 태안 안흥진성이 국가 사적으로 지정받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또 연구원은 도 지정문화재 재조사를 통해 문화재 보호구역 설정의 적정성을 살펴보고 있다. 이는 문화유산 가치를 보존하면서 한편으로 도민들 재산권 행사를 넓히는 일이다.

    특별보도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30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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