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첩첩산중의 비밀요새
  • 작성일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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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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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3
  • [충남도정신문 기획칼럼]충남의 성(城)
    첩첩산중의 비밀요새, 금산 백령성
    신라 침입 대비해 지어진 성
    당시 정국 유추할 기와 출토
    백제 고유 산성의 원형 의의
      금산군 남이면 건천리에서 굽이굽이 돌아 역평리 방향으로 올라 고개 정상에 다다르면 배티재 고갯마루에 편평한 주차장이 조성돼 있고 백령성과 육백고지전승탑이 이곳에 있다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눈앞에 보이는 가파른 99계단을 올라가면 웅장하게 세워진 육백고지전승탑이 하늘 높게 뻗어있다.
      육백고지전승탑을 지나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올라서면 노송 옆에 백령성을 알리는 비석 하나가 덩그러니 위치하고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여기 무슨 성이 있다는 거야?’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올리는 순간 생각보다 높은 성벽과 맞이하게 된다. 잡풀로 무성한 성벽을 낫으로 헤쳐나가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던 옛 성으로 들어갔다. 정상부에 올라서면 성내외로 조망이 가능한 작은 규모의 산성이 눈 앞에 펼쳐진다. 성내 정비는 등산로로 인해 훼손된 성벽에 대한 보수와 성곽 주변에 있는 수목 뿌리로 인한 추가 훼손을 방지하고, 성벽을 관찰할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됐다. 그 결과 온전한 형태의 백제 산성인 백령성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작은 규모의 성에도 불구하고 2003년 발굴조사를 통해 7m가 넘는 외벽과 3m 정도의 석축을 서로 맞대어 견고한 내벽이 관찰됐다. 아군의 통행을 위해 설치된 회곽, 용수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대형 저수시설을 비롯해 신라 접경 부분에서 적의 침입을 대비해 만들던 다락문 형식의 남쪽 문도 확인됐다.
      당시 사용하던 유물도 쏟아져 나왔다. 특히 성내 중요시설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인 수천 점의 기와가 출토됐다. 이중 목곽고 내부에서 2편으로 깨진 기와가 출토됐다. 명문 내용은 ‘上水瓦作五十九 夫瓦九十五 作O魯城移O’로 숫자는 기와의 양이고 ‘上水瓦’는 암키와, ‘夫瓦’는 수키와를 말한다, 해석하면 즉 ‘나노성 이문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제작한 기와의 수를 기록한 것’이라는 내용이 된다. 이처럼 나노성에서 제작한 기와를 백령성에서 사용됐음을 말해준다. 또한 기와에 도장을 찍은 인장와에서 나온 ‘丙辰’, ‘丁巳’, ‘戊午’ 등 간지는 사비기 정국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위덕왕 43년(596)·44년(597)·45년(598)으로 비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백제 말기라는 시대적 한정과 당시 역사적인 상황을 통해 축성 연대를 도출하는 근거자료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백령성에서 다양한 내부시설과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성내에서 백제의 기와 및 토기류만 확인되고 있는 점은 백제시대에 축성되고 폐해진 산성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백제 고유의 축성기법 및 내부시설 등 백제 산성의 원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정제원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문화재연구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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